epic moments with epicmkk

epicmkk.egloos.com

Enthusiastic Positive Intuitive & Critical MK works @ Platypus
by MK


창업의 나날, 대학생과 같이 순수하되 고시생과 같이 비정하여라. 비즈 | Business

우여곡절 끝에 [오너망]이라는 조직에 안착해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사람들과도 제법 안면을 트면서 형동생 하면서 나날의 정분(?)을 쌓고 있습니다. 누군가가 이야기하기를 창업은 대학 시절의 동아리 활동과 비슷하다라고 했는데, 요즘들어 더러 공감이 갑니다.

[오너망 속초 워크샵 2011.6 / 밀집모자가 저임...]


안그래도 당분간 감성 충만한 포스트는 자제하고, 제 창업과 비즈니스와 관련된 글들을 개제하기로 결심하였기에 그 첫 주제로 제 창업 이후의 [나날]에 대해서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이제 막 발디딘 초보창업자로서, 최근의 나날은 다음 한 문장으로 정의하고 싶습니다.

대학생과 같이 순수하되, 고시생과 같이 비정하여라.




1. 대학생과 같이 순수(찌질)하여라


[씀씀이] 우선 창업의 시작과 함께, 제 생활에 가장 큰 변화는 거품이 빠졌다는 것입니다. 물론 규모있는 사치와 소비를 행하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사고 싶은 건 반드시 사고만다라는 철학은 관철시키고 살던 제 소비패턴에 제동이 걸렸습니다. 예전과 같지 않은 현금 유입에 요새 예전처럼 그저 살다가는 유동성에 타격을 받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에 술값을 줄이고, 담배를 끊고(꼭 금전적인 이유는 아니었지만), 소비를 일으키기 전에 숙고합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고싶은 것은 사고말지만, 그래도 예전보다 지름의 빈도는 줄었습니다. 사실 미혼이고 부모님과 같이 사는 저보다, 가족을 부양해야하는 형님들의 고충은 저와 비교할 바가 못됩니다.

저렴한 술 집을 찾기 일쑤였고, 그리고 술자리의 빈도도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게다가 청담에 소재한 사무실에서 점심 끼니를 해결하는게 은근 부담이 되었기에 최근에는 도시락을 싸들고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대학 재학 시절에는 학생 식당이라는 값싼 대안이 있었지만, 지금으로서는 끼니 당 만원을 호가하는 비용은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경제적으로도 이득이고, 건강에도 좋은 도시락 만세!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인간관계] 이건 제가 최근에 '저'답지 못해지면서 안좋게 변했습니다. 사람들을 좋아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알아가는 것은 더욱 즐기는 제가 많이 위축되었습니다. 정말 친한 친구들하고만 반복해서 만나고 푸념합니다. 지금의 제 모습이 떳떳하지 않은 것인지,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인지 일로서 알게된 사람들과는 선뜻 나서기가 부담이 됩니다.

최근에는 카드를 만들어달라는 대학 동창의 사무실 방문에, 기쁜 마음에 사는 이야기를 풀어놓다가 묘한 기분에 휩싸였습니다. 대학 때 함께 동아리를 하며 알던 지인 들 중, 어떤 선배는 외제 차를 타고, 어떤 후배는 고액 연봉을 받고 있으며, 또 어떤 동기는 커리어 상에서 승승 장구 하고 있다고 합니다. 너무 좋은 소식이고 기쁜 일이지만, 솔직한 심정으로는 배아프고 초조하기도 했습니다. 내가 지금 잘 하고 있는 것인지, 지금의 내 모습에 괜스레 위축이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이런 상태로는 한동안 떳떳하게 동창 모임이며, 전직장 사람들과 함께 하기는 힘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못났다 명구야.



2. 고시생과 같이 비정(냉정)하여라

[프로젝트] 정말 치열하고 비정합니다. 매 주제와 안건 마다 쉽게 넘어가는 일이 없습니다. 저는 지금 서비스 기획을 담당하고 있는데, 사람 마다의 의견을 조율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어려운 사실은, 그 주장과 의견들이 다 말이 된다는 사실입니다. 틀린 답은 없습니다. 옳은 답들이 서로 치열하게 토론합니다.

물론 전 직장에서도 치열하게 답을 얻기위한 과정은 역시나 있었지만, 깊이와 강도가 다릅니다. 격렬한 논쟁 끝에 서로 얼굴을 붉히는 과정도 반복되며 최근에는 회사 대표님과 격양된 감정 하에 토론을 한 나머지 분위기를 어둡게 만든 적도 있습니다. (같이 일하는 형이 그 날 조마조마 했다고 후에 이야기해줬습니다. 다행히 대표님께서 모자르고 부족한 젊은 혈기를 잘 이해해주셔서 너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서비스와 제품의 완성도를 위해, 정치적으로 얻어가는 답은 설 땅이 없습니다. 물론 조직의 규모가 커지고, 사업의 모양새가 지금과 다를 때는 지금과는 다른 일들이 벌어지겠으나 지금은 준비하는 서비스를 위해서만 골똘하게 고민하고 다툽니다. 때로는 사람들의 이런 모습이 비정하지만 순수하고 아릅답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다 쓰러져 가는데, 해적왕이 될 남자라고 부르짖는 루피. 사나이의 로망]

[현실] 불안할 때가 많습니다. 저만이 아니라, 모든 동료들도 반복하듯이 우리가 만들어내는 이 서비스는 에픽(epic)하다고 주문을 읊습니다. 우리가 만들어내고 있는 서비스와 유사한 녀석이 세상이 등장하지는 않을까, 만약 그렇다면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지 끊임 없이 예의 주시 합니다. 서둘러 세상에 선보여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그래도 좀 더 준비를 한 후에 완벽한 서비스로서 인사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상충합니다.

예민하고 초조할때도 더러있습니다. 긍정과 낙관의 힘으로 "잘될꺼야!"라고 치부하기엔, 창업이라는 선택이 내포한 본연의 리스크는 제게 있어서도 큰 부담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 부담마저 그럭저럭 적당히 소화하고 무너뜨리며 나아가고 있습니다.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은, 그저 묵묵히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그저 최선의 노력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사람이 할 수 없는, 그 나머지는 신과 행운의 영역입니다. 잘 될 것이라 막연하되 간절하게 제게 빕니다. 저는 해적왕이 될 남자니까요.

덧글

  • 유노 2011/07/03 23:40 # 삭제 답글

    비교하기는 그렇지만 여우와 사자를 닮아야 한다는 군주론도 얼핏 생각나네요.;;
    노력과 긍정의 힘을 보여주세요.
  • MK 2011/07/06 16:49 #

    유노님, 안녕하세요. 결혼 축하드려요 :) 노력과 긍정으로 부지런히 만들어갈꼐요. 조만간 또 뵈요!
  • 작은아이 2011/07/05 04:08 # 삭제 답글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스타트업 기업에도 다녀보고 창업도 생각하고 있는 저에게 많은 공감이 가는 글이네요~ 항상 힘내시고 하시는 일 잘 되길 바랍니다 ^^
  • MK 2011/07/06 16:49 #

    고맙습니다! 작은아이님도 새로운 창업에 건승을 빕니다!
  • deli21 2011/07/08 00:33 # 답글

    오랜만에 이글루스에 접속해서, 멋진 글 읽고 간다.
  • MK 2011/07/11 21:59 #

    그날 너무 즐거웠어. 권영아. 종종 만나자. 그리고 네 블로그도 종종 보고있어! 네 글 최고 :)
댓글 입력 영역